바이낸스 거래소가 한국을 떠난 날
바이낸스는 왜 한국에서 쓸 수 없나? 세계 1위 거래소의 한국 퇴장과 VASP·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의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2021년 8월 13일.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조용히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전면 종료하겠다는 발표였지요.
당시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잠깐 쉬는 것"쯤으로 여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의 시작이었습니다.

1. 바이낸스 거래소의 한국 퇴장
배경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있었습니다.
바이낸스는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맞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로 VASP ·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가상자산 사업 서비스 허가증 신청 제출) 신고를 제출한 적이 없습니다.
바이낸스가 한국 VASP(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 ) 신고를 포기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VASP 신고 수리를 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국내 은행과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제휴.
둘째: 정보보호관리체계 · ISMS(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인증.
셋째: 자금세탁방지 체계 구축 · AML(Anti Money Laundering) 해외 거래소 입장에서 이 세 가지는 실명계좌를 제휴해 줄 이유가 없고 ISMS 인증은 국내에 물리적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해외 거래소가 국내 VASP 신고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렇다면 바이낸스는 전 세계에서 아무 라이선스도 없는 불법 거래소인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낸스는 미국, 프랑스, UAE, 태국, 바레인 등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준을 못 맞춘 것이지 글로벌 기준에서는 엄연히 규제된 거래소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플레이스토어 대 차단의 진실
바이낸스 철수 이후에도 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바이낸스 앱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웹사이트 접속이나 기존에 설치된 앱으로 여전히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6년 1월 상황이 급변하는 듯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2026년 1월 28일부터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애플리케이션 차단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앱마켓에 입점하려면 금융정보분석원 · 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으로부터 VASP ·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바이낸스, OKX, 바이비트는 지난해 7월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순위에서 각각 4,5,6위를 차지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이 VPN ·Virtual Private Network(가상 사설망) 등을 통해 우회 접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실효성 논란도 있을 것"이라며 "규제를 피해 불법 경로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경우 오히려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책은 발표됐지만 실제 집행의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음지가 깊어질 수 있다는 역설이며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플레이스토어 어플을 통해 바이낸스 등 해외거래소를 가입 또는 거래 · Transaction 이용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3. 한국은 VASP 28개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몇 곳이나 될까요?
금융정보분석원 · 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VASP는 총 28개사입니다.
지난해 1월 41개사에서 약 1년 반 만에 13개 사가 폐업 등으로 말소됐습니다.
이 28개 중 외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고 전부 국내 사업자입니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5대 거래소는 업비트(두 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이며 나머지는 코인마켓 거래소(코인 대 코인 거래만 가능한), 커스터디 (수탁) 업체,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 등입니다.
☞ 가상자산 사업자는 3년마다 사업자 신고를 갱신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하고도 놀라운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거래량이 거의 미미해 거래소로서의 매력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코인베이스, 비트겟,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들이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규 사업자가 처음부터 VASP 신고 절차를 밟는 것보다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거래는 거의 없지만 VASP 라이선스 자체가 목적인 거래소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에 매각 희망가를 50억 원 수준까지 낮췄던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는 최근 이보다 네 배가량 높은 200억 원 안팎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최초 심사에서 28개 사업자가 승인받았으나, 4년이 지난 2026년 1월 8일 기준으로 활성 등록 VASP 수는 27개입니다. 시장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신규 진입도 극히 어려워졌으며, 평균 심사 기간도 2024년 약 11개월에서 2025년 약 16개월로 길어졌으며, 일부 신청자는 결정을 받기까지 600일 이상을 기다렸습니다.
2025년 한국 투자자들은 약 160조 원을 해외 거래소로 이동시켰으며 이는 2023년 대비 3배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 중 바이낸스가 한국인 해외 거래 수수료의 57.7%를 차지했습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 암호화폐 규제의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결국 지금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려면 FIU에 신고된 28개 국내 사업자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거래소는 법적으로 한국에서 영업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개인이 해외 거래소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이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 규제의 한계로 남아있습니다.